19세기 후반 미국 언론인 헨리 조지가 쓴 <진보와 빈곤>(1879년)에 나오는 내용이다. 땅 주인이 얻는 지대를 세금으로 거둬들여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자는 솔깃한 얘기다. 이 책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고 할 만큼 베스트셀러가 됐고, 조지는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해 꽤 많은 표를 얻었다. 조지의 사상은 부동산 과세 강화 정책의 이론적 기반이기도 하다. 그의 이론은 적실성을 지니고 있을까.
◇‘풍요 속 빈곤’의 원인은?

조지가 살았던 1800년대 후반은 산업화와 서부 개척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조지는 화려한 빌딩 숲 뒤에 달동네가 있는 현실에 의문을 품었다. 자신의 책 제목처럼 ‘진보와 빈곤’이 공존하는 원인을 그는 토지 소유의 불평등에서 찾았다. 지주가 생산물의 상당 부분을 토지 사용료, 즉 지대로 가져가기 때문에 가난한 근로자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고 본 것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조지는 지대를 모두 세금으로 걷자고 주장했다. 그 대신 토지세를 제외한 다른 세금은 없애자고 했다. 조지의 이런 아이디어를 ‘토지 단일세’라고 한다. 조지는 토지는 자연이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토지는 누군가 노력해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고, 그로부터 얻는 소득은 ‘불로소득’이니 전액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과격해 보이지만, 마냥 황당무계한 주장은 아니다. 조지보다 100년 앞서 애덤 스미스는 “토지 임대료는 주택 임대료보다 적합한 과세 대상”이라고 말했다. 현대 경제학자들도 토지세의 타당성을 인정한다. 노동에 세금을 부과하면 일을 덜 하고, 자본에 세금을 부과하면 투자를 덜 하지만, 토지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땅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밀턴 프리드먼은 개발되지 않은 토지에 대한 재산세가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말했다.
◇지주의 자격
지주의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해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조지의 주장은 얼핏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모순이 적지 않다.
우선 지대가 과연 노력 없이 얻는 소득인가 하는 문제다. 자연 그대로의 토지는 거저 주어진 것이지만, 생산 요소로서 토지는 그렇지 않다. 지주는 자연 그대로의 토지를 개척하고 개발하고 관리해 생산 요소로서의 토지를 제공한다. 똑같은 땅도 농사를 지을지, 공장을 지을지, 아파트를 지을지 등 용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지주가 얻는 지대는 그러한 토지의 용도와 가치를 발견한 대가다. 또한 지주는 토지 가격이 하락할 위험과 토지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무릅쓰고 땅을 매입하고 보유한다.
토지세가 토지의 공급을 줄이지 않는다는 설명에도 허점이 있다. 간척 사업을 예외로 한다면 토지 자체의 공급은 고정된 것이 맞다. 그러나 경제적 용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관리된 토지의 공급은 제반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대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면 토지의 가치를 높일 유인이 사라지고, 그에 따라 쓸 만한 땅이 줄어들 것이다. 쓸모 있는 땅을 늘리기 위해선 오히려 지대 수입을 보장해야 한다.
◇세금 올려도 집값은 뛴다
조지의 사상을 일컬어 ‘토지사회주의’라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조지는 토지 외 분야에서는 자유주의적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무역을 주장했고, 토지세를 제외한 모든 세금을 없애자고 했다. 고소득자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도 반대했다. 정부 규제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도 경계했다.
또한 토지의 가치와 건물의 가치를 분리해 토지에만 세금을 물리자고 제안했다. 조지스트를 자처하며 주택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을 강화하자고 주장하는 이들과 차이가 있다. 현실적으로 토지 가치와 건물 가치를 정확히 분리해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그의 이론이 지닌 또 하나의 한계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금 없이 토지세만으로 재정 지출을 충당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개인의 토지 소유를 금지하는 중국에서도 대도시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들은 지주의 소득을 환수하지 않고도 경제 성장은 물론 빈부 격차 완화와 빈곤 해소에 성공했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