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정부가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과 대규모 재난 등에 대비해 국민에게 사흘치 비상물자를 비축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각 가정에 최소 72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비상물자를 준비하도록 하는 ‘비 레디(Be Ready)’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후 위기와 사이버 공격, 적대국의 위협 등에 따른 대규모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댄 자비스 영국 안보부 장관은 “권고를 따를 수 있는 사람은 따라야 한다”며 “일상적인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간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사회 차원에서 국가 전체의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웨스 스트리팅 영국 국방부 장관도 러시아 등 적대국이 주요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국가 지원 테러’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트리팅 장관은 “하이브리드전이나 회색지대 위협이라는 용어는 일반 대중에게 위협의 실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며 “나는 이를 국가 지원 테러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위협은 가상의 상황이 아니라 현실이며, 다른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점점 우리 가까이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국방뿐 아니라 국가의 위기 대응 능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가 권고한 비상물자는 1인당 하루 3ℓ씩 총 9ℓ의 생수와 사흘치 식량, 현금, 담요, 구급상자, 여분의 배터리가 든 손전등, 태엽식 FM라디오 등이다. 요리와 세면 등에 사용할 물은 별도로 확보하라고 했다.
영국 정부는 사흘치 비상물자를 비축하는 것이 일반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캠페인은 겨울철 폭풍 시즌을 앞두고 시작한다. 영국에서는 지난 1월 폭풍 ‘고레티’로 수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으로 기업의 결제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공급망이 붕괴하는 상황도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영국 해군은 영국과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해저 송유관과 통신 케이블을 감시하는 러시아 첩보선의 활동을 추적하고 있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우려해 그동안 대규모 비상 대비 캠페인에 소극적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1980년대 핵전쟁에 대비해 가정에 방공호를 마련하고 14일치 식량을 비축하도록 안내하는 ‘프로텍트 앤드 서바이브(Protect and Survive)’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스트리팅 장관은 24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러시아 등 영국에 적대적인 국가가 2030년까지 공격에 나설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