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취업 하려고…월급보다 비싼 돈 주고 인턴십


/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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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취업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턴십 기회 확보를 위해 일부 대학생들이 수천위안에서 수만위안의 알선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회계학과 학부생 왕구이린은 겨울 인턴십을 알아보던 중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정규 채용 절차에서 수천 명과 경쟁하거나, 수천위안을 내고 자리를 보장받는 방법이었다.

왕씨는 자신의 학업 성적이 평균 수준인 만큼 유명 기업에서 실무 경력을 쌓아 졸업 후 취업 가능성을 높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턴 자리마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업 진입을 돕는 브로커에게 눈을 돌리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다.

왕씨는 “이런 자리는 보통 최상위권 대학의 3, 4학년 학생이나 인턴십 경력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며 “나 같은 상황이라면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추천인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도 고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관련 업체의 서비스는 이력서 첨삭과 면접 준비 등 취업 코칭부터 편법으로 인턴 자리를 보장한다는 상품까지 다양하다. 공통점은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왕씨가 제안받은 대형 회계법인 겨울 인턴십 비용은 6000위안(한화 약 119만원)에서 1만2000위안(약 239만원)이었다. 왕씨는 이마저도 기간이 긴 여름 인턴십보다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는 알선 비용이 최대 3만위안(약 597만원)에 이른다는 학생들의 경험담도 나왔다. 신입 대졸자의 통상적인 월 초봉보다 몇 배나 많은 금액이다. 베이징의 교육 연구·컨설팅 업체 마이코스(MyCOS)는 2025년 대졸자의 졸업 6개월 후 평균 월 소득을 6435위안(약 128만원)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비용을 감수하는 것은 인턴 경험이 사무직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신입 채용에 앞서 경력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이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중국의 9월 청년 실업률은 18%였다. 여름 졸업철에 역대 최대 규모인 1270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배출된 가운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신입 일자리가 줄면서 일부 졸업생은 음식 배달과 프리랜서 업무로 향하거나 공장 생산직을 알아보고 있다.

스튜어트 기텔-바스텐 홍콩과학기술대 사회과학·공공정책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의 위험성, 전반적인 경제 성장 둔화, 그리고 대졸 청년층의 노동 시장 진입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노동 시장의 경색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불안감이 매우 큰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악랄한 조직들은 그러한 불안감을 악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턴십을 제공한다는 광고가 사기로 드러난 사례도 있다. 지난 7월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광저우의 한 업체가 국내외 유명 기업 직원을 사칭해 학생들에게 원격으로 업무를 배정했다고 보도했다. 일을 마친 학생들에게는 위조된 전자 도장을 찍은 인턴십 수료증과 추천서를 발급했다.

주요 기업 직원이 인턴을 회사 인사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원격 근무 계약을 맺은 사례도 보도됐다. 학생이 비용을 내고 일을 하더라도 정식 경력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왕씨 역시 원격 인턴십의 평판을 우려해 비용을 낸다면 현장 근무 형태만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은 직접 지원을 이어가면서 작은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3학년 때 대기업 인턴십에 도전하려 한다.

왕씨는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며 내년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돈을 내고 참여하는 인턴십을 다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텔-바스텐 교수는 인턴십과 추가 자격증을 둘러싼 경쟁이 교육과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능력뿐 아니라 경력을 확보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취업 기회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텔-바스텐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로 인해 일자리가 가장 뛰어난 젊은 인재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급 인턴십을 하거나 민간 기업의 지원을 받아 구직 활동을 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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